2012년 1월 8일 일요일

Communication fail

회사생활을 하면서 중요하면서 어려운 일 중에 하나로 소통(Communication)을 꼽겠다.

소통이 필요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는데, 하나는 자신의 아이디어나 결과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킬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남들과 같이 아이디어를 주고 받아서 해결책을 찾을 때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결과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경우의 자명한 예로는 고객에게 우리의 제품/서비스의 유용함을 피력할 때가 있다. 그리고 실제 일하는 데 있어서는 나의 direct boss 또는 그 boss 의 boss 등등 조직의 hierarchy 상에서 위쪽에 계신 분들을 이해시키는 과정 또한 이 "다른 사람에게 이해를 시키는 경우"에 포함이 되겠다.

(나는 종종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overhead 때문에라도 중간관리자의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기록에 남기고자 하는 주제와는 조금 다른 얘기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더 깊이 쓰지 않겠다.)


오늘 적고자 하는 얘기는 소통이 필요한 두번째의 경우에 대한 것으로...

혼자서 1인 기업을 이끌어가는 게 아닌 이상 (혹은 1인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일을 하기 위해서 협업자끼리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소통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이런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여러개 존재하고, (말하는 위상의 차이, 태도의 차이 등등) 어제 회사에서 있었던 회의에서는 그 요소 중에 하나가 또 문제가 되어서 글로라도 써두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어제 회의에서 소통을 방해한 요소는 단어 사용의 차이에서 있었다. 일부 사람이 우리 과제 기획회의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지적을 했는데, 누군가는 그걸 '불만'이라는 단어로 치환을 한 것이다. 대화의 일부를 옮기면.

A : 그러니까 불만은 일단 접어두고 얘기를 진행하죠.
B : 불만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거에요. 불만이 아니죠.
A : 불만이나 문제나 같은 말이죠. 영어로 Problem. 아닌가요?
B : 불만이랑 문제는 다르죠!!!

예전에는 "Share"라는 영어단어의 뜻을 두고 다들 다른 범위의 Share 를 생각하여서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파일을 공유하는 것 vs 사람의 감성적인 것까지 포함하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 그런 경우는 단어의 위상에서 차이가 있었던 거라면, 이 "문제"와 "불만"의 차이는 위상이라기 보다는 인과적인 관계 혹은 포함 관계에 있는 두 가지 단어를 같은 의미로 본 것이 잘못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일견 "불만은 곧 문제다" 라는 명제는 얼추 맞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모든 불만은 어떤 문제로부터 야기된 것이고, 불만 그 자체는 또 다른 문제(특히 조직차원에서)를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은 곧 문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불만은 문제에서 시작하지만, 모든 문제가 불만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점을 이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차이를 가진 두 개의 단어(문제, 불만)를 하나로 섞어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진전되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어제 회의에서는 실제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을 "불만을 가진 분자로" framing 해버리는 방식이 먹혔기 때문에, 쓸데 없는 시간낭비가 좀 발생했다.


일을 하다보면, 이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탓하고만 있을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소통이 잘되는 사람하고 일하는 것만을 원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면 어떻게 그런 사람들과도 잘 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응책이고 나를 위한 길인 것 같다.

회사다니면서 도 닦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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